■문학 속으로■/좋은시

화창한날

과오름 2015. 3. 2. 10:49

화창한

신현정


집을 돌았다

분꽃을 따 입술에 물고 분꽃을 불면서 돌았다

분꽃 꽁무니가 달착지근했다

장닭을 불면서 돌았다

볏이 불볕 같은 장닭을 불면서 돌았다

나도 목을 길게 빼올리고는 꼬끼오도 해보면서 돌았다

개를 불면서 돌았다

담장을 훌쩍 넘어가라고 애드벌룬만 하게 개를 불면서 돌았다

고무호스를 불면서 돌았다

고무호스를 하늘로 치켜올리고 부웅부웅 불며 돌았다

벌 떼 소리를 내면서 돌았다

먼 골짜기 물소리를 내면서 돌았다

맨발로 돌았다

집아 사방을 뺑돌아 열려져라

집을 불면서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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