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으로■/좋은시

늦은인사

과오름 2015. 3. 2. 10:57

늦은 인사

전윤호


그 바닷가에서 당신은
버스를 탔겠지
싸우다 지친 여름이 푸르스름한 새벽
내가 잠든 사이
분홍 가방 끌고

동해와 설악산 사이
외줄기 길은 길기도 해
다시는 만날 수 없었네

자고 나면 귀에서 모래가 나오고
버스만 타면 멀미를 했지
아무리 토해도 멈추지 않고
정신없이 끌려가던 날들

가는 사람은 가는 사정이 있고
남는 사람은 남는 형편이 있네
더 이상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는 나이

잘 가 엄마
아지랑이 하늘하늘 오르는 봄
이제야 미움 없이
인사를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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